자충수

자충수(自充手)는 바둑 용어다. 바둑에서 자기의 수를 줄이는 돌을 말한다. 일상에선 스스로 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을 비유한다. 자업자득(自業自得)과 비슷한 의미다.

짧지 않은 삶 속에서 자충수를 반복해 온 자가 있다. 그 긴 이야기를 들어줄 인내심이 강한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타인이 들으면 이해도 되지 않고 어이가 없을듯 싶다. 도리어 우습고 한심한 인생일 따름이다.

자충수를 거듭하다보면 막다른 길을 마주할 때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이 그렇다. 살면서 한심한 선택들을 반복해왔다. 그 결과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런 순간에 인간은 압도적인 무력감을 느낀다.

부정적 기운을 뿜어내는 인간을 반길 사람은 업다. 골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그 뿐이다. 말 할 수 없으니 타이핑라도 해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든다.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될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지푸라기를 잡았던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다 ‘조울증(躁鬱症)’이라는 병명이 가슴에 박힌다. 흥분과 우울이 교대로 나타나는 병이다. 조현병(調絃病)과 함께 2대 정신병이라는 설명도 붙는다.

잘못된 선택의 배경에는 ‘회피’가 늘 존재했다. 현실을 바로보지 못한 탓이다. 맨 눈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은 눈을 멀게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비난과 책임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면 ‘회피’가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비난받고 이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한다. 그러면 순리대로 간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앞을 제대로 봐야 한다. 무언가를 회피하고 있다면 더 큰 화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